'한 달 만에 2000만원을 잃었습니다' …요동치는 한국 증시에 휘청이는 투자자들

김용준 씨와 여자친구의 사진

사진 출처, Kim Yongjoon

사진 설명, 올해 말 결혼을 앞둔 김용준(오른쪽) 씨는 주식 투자 수익금을 새 집 마련에 보탤 생각이었다
    • 기자, 오스몬드 치아
    • 기자, 비즈니스 담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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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인 김용준 씨는 지난달 한국 주식시장에서 2000만 원을 손해 봤다.

올해 말 결혼을 앞둔 그는 이 돈을 보태 집을 장만하고자 했다.

그러나 7월 들어 그가 투자한 기술주들의 가치는 약 25%나 폭락했다.

김 씨는 "정말 뼈아팠다. 이를 만회하려면 정말 열심히 일해야 할 것 같다"면서 "더 크게 위험을 감수한 이들은 더 큰 고통을 겪을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그의 친구 중에는 저축한 돈을 모두 투자에 "올인"해 "절박한" 처지에 내몰리는 등 상황이 훨씬 더 나쁜 이들도 많다.

수많은 투자자들이 기술주에 몰려들고 있지만, 주요 뉴스가 나올 때마다 주가가 자주 출렁이는 등 워낙 시장이 등락을 거듭하기에 모든 투자가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중에서도 기술주 비중이 높은 한국의 코스피에서는 이러한 불안정성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코스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변동성이 큰 주가지수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둘러싼 전 세계적인 열풍은 한국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의 주가 널뛰기를 부추겼다.

금융 서비스 기업 'BNY'의 위 쿤 총은 코스피가 올해 6~8월 사이 코로나19 사태와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 당시의 낙폭에 필적할만한 역사상 "가장 급격한 조정 국면 중 하나"를 겪었다고 표현했다.

코스피는 연초 이후 2배 이상 뛰어오르며 6월 중순 9000포인트를 넘어섰으나, 몇 주 만에 5500포인트까지 추락했다. 현재는 약 6900대 후반 수준까지 다소 반등한 상태다.

총은 AI 분야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는 우려로 인해 최근 몇 주간 매도세가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렇듯 주가가 폭락하며 지난 1년간 기술주를 매수했던 국내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타격을 입었다.

김웅사 씨는 최근 주식거래 앱을 실행하기만 해도 잃어버린 돈이 떠올라 고통스러웠다고 말한다.

올해 초, 그는 회사에서 받은 상여금의 약 절반을 SK하이닉스 주식에 쏟아부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한때 4배 치솟았으나, 그 수익의 대부분이 사라지면서 현재 약 3억 원 상당인 그의 투자 자산 가치는 최고점 대비 약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김 씨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난다"고 토로했다.

소형 비행기를 조종하고 있는 김 씨의 모습

사진 출처, Woongsa Kim

사진 설명, 김웅사 씨는 상여금의 절반을 SK하이닉스 주식에 투자했다

투자 분석가인 토비아스 레거는 기술주들이 수개월간 급등하며 "극도의 희열"을 불러일으켰고, 이로 인해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대출까지 받아 투자에 나선 상황에서 이번 매도세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레버리지를 활용했던 투자자들이 그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

레버리지를 활용하면 투자자는 자신이 보유한 현금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더 많은 양의 주식을 보유할 수 있고, 이때 주가가 상승할 경우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주가가 합의된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마진 콜'이라 불리는 상황이 발생한다. 증권사가 빚 상환을 요구하는 것이다.

7월 말 기준으로 한국의 개인 투자자 계좌 약 120만 개가 마진 콜을 받은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국내 근로 연령층 성인 30명 중 1명꼴에 해당한다.

금융 서비스 그룹 '소시에테 제네랄'의 아시아 주식 전략 책임자인 프랭크 벤짐라는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레버리지 거래가 증가하는 추세이며, 대만이나 미국 같은 시장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로 인해 AI 관련 주식을 둘러싼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속이 뒤집히는' 하락

2010년대 말부터 사 모은 엔비디아 주식이 1,000% 이상 급등한 후, 박찬용 씨는 수익금 대부분을 SK하이닉스 주식에 투자했다. 하지만 주가가 약 1400만원 하락하면서 그의 투자는 실패로 돌아갔다.

"이 돈은 10월경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할 계획으로, 그전에 저축해둔 돈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자금이 충분한지 진지하게 고민됩니다."

마케팅 분야 종사자인 박 씨는 반등을 기대하며 SK하이닉스 주식을 계속 보유할 계획이지만, 최근의 급등락으로 인해 추가 투자에는 주저하고 있다.

"주가가 항상 합리적인 이유로 움직이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는 그는 "때로는 도박과 매우 비슷하다고 느낀다"고 했다.

또 다른 개인 투자자인 박영지 씨는 수중의 현금의 대부분을 삼성 주식에 "올인"해 총 4500만 원까지 치솟았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속이 뒤집히는" 하락을 겪었다.

그 역시 주가가 다시 오를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주식을 계속 보유할 생각이다.

박 씨는 "한국 증시를 믿은 내가 바보처럼 느껴진다"며 "이제는 장기전이다.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편 대학생인 이수민 씨는 '포모(FOMO)', 즉 좋은 기회에서 나만 소외되는 듯한 불안감에 돈을 끌어 모아 SK하이닉스 주식을 사기 시작했다.

차를 마시는 이수민 씨

사진 출처, Soomin Yi

사진 설명, 이수민 씨는 주식을 직접 매수하기 전까지는 투자에 대해 진지하게 공부해 본 적 없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그는 주가가 500만 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투기적 기대에 휩쓸려 주식을 매수한 대신, 주가가 주당 300만 원으로 정점을 찍었던 지난 6월 매도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후회한다.

이 씨는 "당시 주변에 투자 경험이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주식을 직접 매수하기 전까지는 투자에 대해 진지하게 공부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한국 주식 시장 움직임이 글로벌 시장에 던지는 시사점은?

한편 한국 주식 시장의 급격한 등락에 일부 글로벌 시장에서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벤짐라에 따르면, 일본의 닛케이 225 지수와 같은 기술주 중심 지수들은 코스피의 격렬한 등락과 나란히 움직이는 듯하다.

그러나 그는 전 세계 대부분의 주식시장은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로 구성돼 있기에 이 정도로 불안정해질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일본 토픽스)나 미국 주식시장과 같이 규모가 크고 다각화된 시장에서는 이와 같은 변동성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투자자들은 이러한 전략 덕분에 주가 폭락으로부터 완충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해외 시장 주식도 보유하고 있는 김용준 씨는 "이번 일은 한국 투자자들, 특히 청년 투자자들에게 바구니 하나에 모든 것을 담고 잘되기만을 빌지 말라는 경고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 또한 기술주 투자 시 좀 더 신중해야 했다고 인정했다.

김 씨의 연인인 이가온 씨는 새집을 마련하기 위해 모아둔 저축의 일부를 잃었음에도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낙관한다.

다만 김 씨가 투자 상황을 끊임없이 지켜보며 큰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며 걱정했다.

"우리 집 마련 자금이 주식 시장에서 녹아내리는 것을 지켜본 경험은 확실히 경각심을 일깨워주었다"는 설명이다.

추가 보도: 한상미, 이선욱, 심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