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일부 지역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떠나라' 지시

완전무장을 한 군인 2명이 서 있는 길로 주민들이 걸어가는 모습

사진 출처, EPA

사진 설명, 이스라엘군은 이번 작전의 목적은 주민 보호라고 말한다
    • 기자, 욜란드 넬
    • 기자, BBC 중동 특파원
    • Reporting from, 예루살렘
  • 게재 시간
  • 읽는 시간: 4 분

이스라엘이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한 마을에서 팔레스타인인 약 12가구가 이스라엘 정착민을 몰아내기 위한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 중 집을 떠나라는 명령을 받았다.

이 마을에서 이스라엘 정착민들은 지난 9일부터 주택 3채를 포위한 채 전기와 수도 공급을 차단해 왔다.

쿠스라의 압델 아짐 와디 시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마을 전체가 군사 통제 구역으로 지정됐으며, 이스라엘 군인들이 비워진 일부 팔레스타인 주택을 병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작전의 목적이 "주민 보호"라고 밝혔다.

데이비드 멘서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BBC에 정착민들의 행동에 대해 "개탄스럽고", "용납할 수 없다"며 정부는 이를 조사하고 책임자들을 체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멘서 대변인은 "이스라엘군이 이에 대응하고 있으며, 정부도 조사하고 있으며, 체포해 기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 이스라엘 정부의 정책에 따라 정착촌이 급속히 확장되면서 정착민들이 대담해졌고, 이에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땅에서 몰아내려는 정착민들의 폭력도 크게 늘고 는 상황이다.

국제법상 모든 정착촌은 불법이다.

이번에 쿠스라에서 포위된 세 주택에는 아부 리디, 하산 가족이 거주하고 있다. 이중 주택 2곳에 살던 주민들은 BBC에 13일 퇴거 명령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퇴거 통보를 받은 주민들은 나머지 한 채의 주택으로 옮겨갔다고 한다.

마을의 다른 지역에서도 군은 주택 11곳에 퇴거 통보를 내렸다.

이스라엘 방위군(IDF) 군인 3명이 먼지가 자욱한 길을 걷고 있는 모습을 담은 광각 사진

사진 출처, EPA

사진 설명, 지난 9일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주택 3채를 포위한 이후 이스라엘군이 쿠스라에 진입했다

13일 새벽 쿠스라에서 공유된 영상에는 불도저를 포함한 이스라엘의 차량 십여 대가 포착된다. 이후 낮에 촬영된 영상에는 팔레스타인 마을로 향하는 도로에 이스라엘군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불법 전초기지 2곳을 해체"했으며, 나블루스 인근 쿠스라와 잘루드 지역 외곽에서 이스라엘인 1명을 구금하고 장비를 압수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퇴거 명령을 받은 주민 중 하나인 바헤르 오데는 13일 아침 군인 20여 명이 자기 집에 들어왔다고 회상했다.

그는 "아침에 형제와 함께 자고 있었는데, 그들이 들어와 문을 부수며 '문을 열어라, 문을 열어라'라고 소리쳤다"며 "지금도 당시 상황이 꿈같다. (군인은) 20명 이상이었고, 어쩌면 30명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에 우리는 집에서 나와 동네 아래쪽으로 계속 걸어 내려갔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그 지역 전체를 봉쇄했습니다."

오데는 "사람들이 집에서 강제로 쫓겨나고 있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퇴거당했다"고 말했다.

약 10시간 후 일부 가족들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이미 집 내부는 엉망이 된 상태였다. 한 남성은 BBC에 군인들이 냉장고에 있던 식료품을 모두 밖으로 던져버리고 현금 1500달러(약 200만원)를 훔쳐 갔다고 주장했다.

BBC가 이러한 의혹과 관련해 문의했으나, IDF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IDF는 "군인들에게는 쿠스라 주민들이 자택에 계속 머물도록 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밝혔다. 이어 정착민들이 포위 및 공격했던 팔레스타인 주택 내부에서는 군인들이 작전을 수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IDF는 이스라엘 "연락장교들이 쿠스라 지역 지도부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고 있으며,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포위된 집에 살던 팔레스타인 주민 중 한 명인 쿠사이 아부 리디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밤새 집이 다시 공격받았으며, 군인들의 눈을 피해 해당 지역에 여전히 숨어 있는 이스라엘 정착민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주택의 소유주인 그의 형제는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사업가로, 앞서 미국 대사관에 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오랫동안 정착촌을 지지해 온 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는 쿠스라 내 주민들을 상대로 한 정착민들의 협박 행위를 "끔찍한 테러 행위"라고 규탄했다.

허커비 대사는 X를 통해 "이 주민들을 위협하고 괴롭히고자 이러한 끔찍한 테러 행위를 저지른 자들의 행동은 역겹다"며 "이러한 폭력배 같은 행동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비난했다.

동영상 설명,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 정착민들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주택을 어떻게 포위하고 있나

쿠스라의 이번 사태는 지난 9일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가족들의 주택 대문으로 통하는 도로를 봉쇄하고 전기와 수도 공급을 차단하면서 시작됐다.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이스라엘 군인들은 정착민들과 함께 기도를 드렸는데, 이스라엘군 당국은 이후 이 행위에 대해 해당 군인들을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아부 리디, 하산 가족은 9일 전기와 수도 공급이 차단된 후 SNS를 통해 도움을 호소해왔다.

그러던 12일, 이스라엘 보안군이 도착해 정착민들을 쫓아내려고 하자, 대치 상황은 더 커졌다.

BBC가 받은 팔레스타인 측 방범 카메라 영상에는 이스라엘 군인과 국경 경찰, 대규모 정착민 군중 간의 대치 장면이 담겨 있었다. 이스라엘군은 최루탄과 섬광탄을 사용하기도 했다.

다른 영상에서는 이스라엘 군이 정착민들이 모여 있던 천막을 압수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외의 장비는 남겨둔 것으로 나타났다.

쿠스라의 이 정착민들이 원하는 바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불분명하다. 과거에도 정착민들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집에서 쫓아내고 그들의 재산을 빼앗은 바 있다.

정착민들이 밝힌 목표는 이 지역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모두 몰아내는 것이다.

국제법상 정착촌은 불법이나, 이스라엘 정부는 정착촌의 급격한 확장을 장려해왔다.

이번 쿠스라 사건은 정착민들이 상대적으로 처벌받지 않는 현실, 이스라엘군이 증가하는 정착민 폭력에 대응하기 어려워하고 있다는 현실을 다시 한번 드러낸다.

앞서 쿠스라 시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역 주민들은 "쿠스라를 표적으로 삼는 명백하고 지속적인 패턴"을 목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례로 지난달 막 완공된 모스크에서는 방화 사건이 발생했으며, 인근에는 히브리어로 된 낙서가 발견됐다.

이번 정착민들의 공격은 팔레스타인인들이 모여 사는 탈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 이후 발생한 여러 사건 중 하나다. 이스라엘 정착민들은 탈 마을을 공격했고, 이는 팔레스타인인 4명과 이스라엘 군인 2명을 포함해 총 6명이 사망하는 사태로 악화했다. 이 중 한 명은 인근 이스라엘 정착촌의 보안 코디네이터였다.

지난 7월에는 정착민들이 쿠스라 인근 잘루드 마을 소재 한 팔레스타인 주택을 2주 넘게 포위하기도 했다. 이에 집주인들은 도망쳤고, 정착민들은 그 주택을 점거한 채 현재까지 머물고 있다.

나블루스 주변과 쿠스라 지역의 이스라엘 정착촌, 농장, 팔레스타인 밀집 거주 지역을 표시한 지도

UN 통계에 따르면, 올해 요르단강 서안지구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이나 정착민들에 의해 사망한 팔레스타인인은 아동 18명을 포함해 76명에 달한다.

같은 기간 팔레스타인인들과의 대치 상황 및 한 팔레스타인인이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 돌진 공격으로 인해 사망한 이스라엘인은 민간인 1명을 포함해 총 3명이다.

아울러 UN에 따르면, 2023년 1월 이후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공동체 127개가 전면적인 혹은 부분적인 강제 이주를 겪었으며, 그중 공동체 47개는 완전히 강제로 이주당해 팔레스타인인 6390명이 살던 곳을 떠나야만 했다.

UN은 올해 기준 팔레스타인인 약 3800명(그중 절반 가까이가 아동)이 정착민들의 폭력이나 건물 철거 및 강제 퇴거 조치 탓에 강제로 이주당했다고 기록했다.

한편 대니 다논 주UN 이스라엘 대사는 UN 회의 연설을 통해 정착촌이 평화의 걸림돌이라는 주장을 일축했다. 이어 이스라엘이 해당 토지에 대해 성경적, 역사적, 법적 권리를 가지고 있으므로 정착촌은 그대로 유지되고 계속 확장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논 대사는 UN 안전보장이사회는 "간단한 진실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어디로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