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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원들, 한미연합훈련 축소에 우려 표현...실제 안보에는 어떤 영향?
- 기자, 천소람
- 기자, BBC 코리아
- 게재 시간
- 읽는 시간: 5 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로 정례 한미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가 11일에서 5일로 단축된 가운데, 미국 의회에서 이번 조치가 한미동맹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민주당 간사 진 섀힌(민주·뉴햄프셔) 상원의원은 BBC에 한미연합훈련 축소는 "미국의 안보를 희생하며 독재자를 달래려는 트럼프의 가장 최근 시도"라고 비판했다.
섀힌 의원은 "이는 김정은과 푸틴, 시진핑을 더욱 대담하게 만들 뿐이며 미국의 결의에 대한 동맹국들의 신뢰를 훼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위원회 소속인 크리스 밴 홀런(민주·메릴랜드) 상원의원도 BBC에 "도널드 트럼프는 거듭해서 독재자들에게는 다가가며 미국의 민주주의 파트너들은 비난해 왔다"며 "그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은 한국과 수십 년간 이어온 관계의 안정성을 위협할 것"이라 밝혔다.
공화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
이번 결정에 대한 미국 의회 내 우려는 민주당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톰 틸리스(공화·노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과 마크 켈리(민주·애리조나)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에게 공동 서한을 보내 연합훈련 축소 결정을 되돌릴 것을 촉구하며 초당적 우려를 드러냈다.
두 의원은 "한미동맹은 70년 넘게 한반도와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안보를 지탱하는 핵심 축"이었다며 "양국 군이 함께 작전할 수 있는 능력은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 아닌, 실전적이고 반복적인 연합훈련을 통해 구축되고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훈련 축소는 군사 준비 태세를 약화하고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핵과 군사 역량을 계속 발전시키고, 중국·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연합 대비 태세를 낮출 때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공화당 소속 영 김(공화·캘리포니아) 하원의원도 연합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18일 엑스(X·전 트위터)에 "한미동맹과 연합 안보 훈련은 역내 안정과 적국 억지에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다만 김 의원은 한국 정부의 미국 기업과 시민에 대한 대우 등에 우려를 나타내며 이재명 대통령에게 미국을 "중요하고 오랜 동맹"으로 대우할 것을 촉구했다.
상원 군사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잭 리드(민주·로드아일랜드) 상원의원 역시 별도의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을 "터무니없고 즉흥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리드 의원은 "미국의 동맹은 신뢰와 힘을 바탕으로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독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군사훈련을 축소하거나, 자신이 시작한 전쟁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국에 불이익을 줄 경우, 우리의 모든 동맹국과 적국은 미국의 약속이 협상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한국계 최초의 미 상원의원인 앤디 김(민주·뉴저지) 의원은 훈련 축소 자체뿐 아니라 결정 과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김 의원은 성명에서 "한미동맹은 미국의 안보와 번영에 매우 중요"한데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이 "이 관계를 경시하는 듯해 우려된다"며 연합훈련에 관한 결정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이 아닌 "양국이 함께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사전 통보 없었던 훈련 축소
트럼프 대통령은 UFS가 시작되기 불과 몇 시간 전인 현지시간 1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에게 연합훈련을 "대폭 축소(substantially reduce)"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매우 좋은 관계"를 언급하며 연합훈련은 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북한에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낸다고 주장했다. 그는 별개의 문제라면서도 한국이 미국의 이란 관련 군사 행동에 동참하지 않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결정은 한국 정부는 물론 미국 정부 내에서도 사전에 공유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19일 국회에서 한미연합훈련 축소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물론이고 미국 정부 관계자들도 전혀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발표 이후 한미 군 당국은 미국의 제안에 따라 훈련 기간과 규모를 조정했다.
합동참모본부는 19일 "한미는 미측의 제안으로 연습 기간과 규모 등을 일부 조정하기로 했다"며 기존 17일부터 27일로 계획했던 일정을 17일에서 21일인 5일로 단축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방어 작전에 중점을 둔 1부 연습만 시행하고, 24일에서 27일 예정됐던 반격 작전 중심의 2부 연습은 진행되지 않게 됐다.
연합 야외기동훈련(FTX)도 일부 축소된다. 이번 연합연습 기간에는 연합 야외기동훈련 14건이 예정돼 있었다.
다만 한국군 당국은 축소된 야외기동훈련을 모두 취소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연합연습 기간 실시하지 못하는 야외기동훈련에 대해 "취소된 게 아니고 (UFS가) 끝나고 연중 한다"고 밝혔다. 올해 계획된 전체 160여 건의 야외기동훈련은 그대로 실시한다는 취지다.
미 국방부는 일부 기동훈련이 취소되거나 시뮬레이션으로 전환됐다면서도, 이번 조정으로 "필수적인 대비 태세와 훈련 목표는 유지된다"며 미국 측 훈련 목표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훈련 축소, 실제 어떤 영향이 있을까?
한미연합연습은 북한의 공격이나 한반도 유사시 서로 다른 지휘 체계와 장비를 사용하는 한국군과 미군이 실제 하나의 연합 전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지휘 통제와 연합 작전 절차 등을 반복적으로 점검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UFS는 북한군의 전력 변화와 최근 전쟁 양상을 반영해 한미 양국 군의 전시 연합작전 수행 능력을 점검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2부 반격 작전이 취소되고 야외기동훈련도 축소되며 기존에 계획했던 시나리오 전체를 검증하지 못하게 됐다.
이번 연합연습 축소의 실제 군사적 영향을 두고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엇갈렸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연합연습 축소 자체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진단했다.
한미연합연습은 과거에도 정치적 상황이나 안보 여건에 따라 축소되거나 취소된 적이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훈련이 줄었다고 기존의 대비 태세가 곧바로 약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신 연구위원은 "작전 계획을 한 번 훈련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면서도 "부족한 점이 있으면 추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에 너무 크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연합연습 축소가 반복될 경우 실제 위기 대응 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연습은 한미가 유사시 지휘·작전 절차를 처음부터 끝까지 점검하는 과정으로, 연습이 줄면 변화한 북한의 태세를 반영한 작전 계획을 실제로 적용해 볼 기회도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양 연구위원은 "당장 연합연습을 안 한다고 해서 연합 방위 태세가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정례 연습을 "축소하거나 안 하면 막상 위기가 터졌을 때 제대로 움직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연합훈련 축소가 장기화할 땐 군사·안보적으로 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양 연구위원은 한미 군의 주요 보직이 통상 1~2년 단위로 바뀌고 병사들도 전역하는 만큼, 연합연습을 2년가량 하지 않을 경우 실제 연습 경험을 가진 인력이 빠져나가면서 노하우가 제대로 전수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 연구위원은 연합연습을 장기간 하지 않을 경우 실제 유사시 대응의 "신속성이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지난 수십 년간 한미가 쌓아온 역량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군사훈련 넘어 '동맹의 신뢰' 문제
이번 조치가 군사적 영향을 넘어 한미동맹의 신뢰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신 연구위원은 한미동맹이 정권과 정치 상황에 따라 부침을 겪어왔다며 이번 사안을 장기적인 흐름 속 하나의 '사이클'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공급망과 미국의 대중국 전략경쟁 등을 고려하면 한국의 중요성은 오히려 과거보다 커졌다고 평가했다.
반면 양 연구위원은 연합연습 자체가 정치적 협상 수단이 되는 상황을 우려했다.
그는 연합연습은 본래 군사적 필요에 따라 정례적으로 이뤄지는데,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축소하거나 중단할 수 있는 대상으로 자리 잡을 경우 동맹의 지속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 연구위원은 이런 상황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동맹 자체가 형해화"될 수 있다며, 한 번 손상된 훈련 체계와 숙련도를 다시 복구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 '한미훈련 축소 흥미 없어'
한국 정부는 이번 조치가 북미 대화 재개의 계기가 될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9일 "한미 연합 연습과 야외 기동훈련 축소를 통해서라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와 노력에 공감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북미 간 신뢰 구축과 대화 재개를 거쳐 한반도의 안정적 평화 체제 구축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의 반응은 냉담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한미연합연습 축소와 관련해 "평할 가치도 없고 전혀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훈련의 규모나 기간이 줄어든다고 해서 "도발적, 공격적 성격의 군사연습 본질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소통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는 일" 이라면서도 두 지도자의 관계는 여전히 좋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19일 "우리가 북한을 겨냥해 대규모 군사 훈련을 벌인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한미연합훈련 축소 지시에 대한 배경을 설명하고 김 위원장과 올해 안에 만날 것이라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