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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약 10알씩 먹기도'... 공부 압박에 약물 오남용 빠지는 중국 청소년들
- 기자, 로라 비커
- 기자, BBC 중국 특파원
- Reporting from, Beijing
- 게재 시간
- 읽는 시간: 6 분
중국의 한 해안 지역에 사는 성적 우수 학생 샤오메이(가명)는 14살 때 기침약을 과다 복용하기로 결심했다.
연상의 남학생에게 잘보이고 싶었는데, 그가 이 약이 긴장을 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 약은 일반적으로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살 수 있었지만, 샤오메이는 인터넷에서 구했다.
처음에는 약을 먹으면 조금 어지러운 정도였다. 하지만 곧 감각이 살짝 마비되는 듯한 느낌에 빠져들었다. 다가오는 시험의 압박에서 잠시 벗어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약을 다량 복용하면 환각이나 운동 조절 능력 저하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후 샤오메이는 채팅방에서 추천받은 다른 약들도 복용하기 시작했다. 통증이나 뇌전증 발작을 치료하는 약도 있었다. 어떤 때는 다섯 알을 먹었고, 다른 약의 효과를 느껴보기 위해 10알 넘게 복용할 때도 있었다.
샤오메이는 2년 동안 여러 종류의 처방약을 다량 복용했다. 그중 어떤 것도 본인이나 가족에게 처방된 약이 아니었다. 모두 인터넷에서 구매했다.
샤오메이는 BBC에 "공부 때문에 너무 큰 압박을 받거나 시험을 잘 보지 못했을 때, 심지어 부모님과 다퉜을 때도 이런 약을 먹었다"며 "현실에서 도망치고 있었다"고 말했다.
BBC는 여러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채팅방에서 수십 명의 중국 청소년으로부터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거의 대부분 비슷한 이유, 바로 압박감에서 벗어나려는 듯했다. 이들은 이른바 '약으로 취한 상태'를 좇으며 현실을 피하고 있었다.
한 여학생은 신경병증성 통증 치료제를 다량 복용한 뒤 음성 메시지를 공유했다. 발음이 흐려져 알아듣기 어려웠다.
"제 몸이 제 것이 아닌 것 같아요. 너무 어지러워요."
그러자 "그냥 자"라는 조언이 돌아왔다. "내일이면 괜찮아질 거야."
한 남학생은 같은 약을 구할 수 있도록 아버지의 오래된 처방전을 이용해 새 처방전을 위조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약을 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이들도 있었다.
"환각을 느끼고 싶으면 그냥 사면 돼. 아직 규제 대상이 아니야."
한 이용자는 파킨슨병 환자의 떨림을 조절하는 데 쓰이는 약을 추천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약을 과다 복용하면 혼란을 겪거나 심한 섬망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자 다른 이용자가 물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어떤 검색어로 찾아야 하나요?"
공식 통계가 거의 없는 탓에 이 문제의 규모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상황은 중국 정부가 2년 전 샤오메이가 처음 복용한 기침 억제제를 대상으로 전국적인 단속에 나설 만큼 심각했다. 당국은 이 약을 의사의 처방을 받은 환자만 구할 수 있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했다. 이후 청소년들이 이 약을 인터넷에서 구매하기가 훨씬 어려워졌다.
그러자 청소년들은 다른 약으로 눈을 돌렸다. 이를 파악한 당국은 올해 4월 해당 약의 처방과 약국 조제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그런데도 BBC는 온라인 채팅방에서 이 약을 1g당 10위안(약 2000원)에 판매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중국 법무부 범죄예방연구소를 위해 지난 해 작성된 논문에 따르면, 규제 대상이 아닌 약물은 쉽게 구할 수 있으며 당국이 특정 약을 규제하더라도 청소년들은 빠르게 대체 약물을 찾아낸다.
BBC는 일부 청소년들이 온라인에서 단속을 피하기 위해 약물을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사례도 확인했다. 이 같은 방식은 지난 해 논문에서도 언급됐다.
전 세계적으로 청소년들이 압박감과 불안을 견디기 위해 처방약에 의존한다는 증거도 늘고 있다.
중국에서 값싼 처방약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중국은 전 세계 의약품 원료의 대부분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샤오메이는 기침 억제제를 구매할 때 몇 번만 클릭하면 약 한 상자가 집 앞까지 배송됐다고 말했다.
"쇼핑 플랫폼에 신분증 번호만 입력하면 바로 살 수 있었어요."
중국의 국가 신분증 번호에는 나이 정보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샤오메이는 아무런 확인도 없이 약을 구매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격도 저렴했다. 알약 50정이 1달러(약 1400원)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통계상으로 중국은 불법 마약 퇴치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해 공식 자료에 따르면 새로 적발된 35세 미만 마약류 사용자는 41% 급감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도 처방약 오남용이 광범위한 문제로 번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중국 국가마약통제위원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특히 미성년자 사이에서 처방약 오남용이 급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샤오메이는 자신이 속한 상위권 화학반에서도 많은 학생이 '완전한 실패자'라는 기분을 피하려고 처방약을 과다 복용하는 방법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시험을 통과하고 상위권 반에 계속 남는 게 정말 힘들어요. 우리 학교의 상위권 반은 탈락제로 운영돼서 성적이 떨어지면 반에서 나가야 해요. 그러면 자신이 실패자라고 느끼고, 인생에 더는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게 돼요."
중국의 저명한 사회학자이자 막스플랑크 사회인류학연구소장인 샹뱌오는 이러한 압박감의 일부는 자녀를 미래의 유일한 희망으로 여기는 부모에게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샹 소장은 수십 년간 시행된 한 자녀 정책이 2016년 폐지됐지만, 여전히 외동자녀만 둔 가정이 많다며 이들 자녀가 부모의 모든 기대를 짊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중국 청소년들을 다른 나라 청소년들과 구분 짓는 것은 이들이 처한 고립된 환경입니다. 이들은 학교에서 적어도 9~10시간을 보냅니다. 사회적 관계를 맺을 기회가 거의 없고, 현실의 삶이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 접할 기회도 매우 적습니다."
샹 소장은 더 우려되는 점으로, 처방약 오남용과 자해 증가 사이에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는 점을 덧붙였다. 실제로 BBC는 여러 채팅방에서 청소년들이 "뭔가를 느끼기 위해"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보라고 서로 부추기는 모습을 확인했다.
경쟁이 매우 치열한 고등학교 입학시험이 다가오자 샤오메이는 불안감을 무디게 할 방법을 찾으며 다른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기억력이 급격히 나빠졌어요. 아무것도 또렷하게 기억할 수 없었고, 늘 멍한 상태로 지냈어요."
이 약은 일반적으로 뇌전증 발작을 조절하기 위해 처방되며 신경병증성 통증 치료제로도 쓰인다. 샤오메이가 채팅방에서 부작용을 이야기하자 다른 이용자들은 진통제로 쓰이는 또 다른 약을 추천했다. 샤오메이는 이 약을 먹으면 어느 정도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곧 같은 효과를 느끼기 위해 더 많은 양이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다 중요한 시험을 몇 달 앞두고 약을 지나치게 많이 복용했다.
한 번에 알약 50정을 먹은 뒤 두려움에 휩싸였다.
"큰일이 날까 봐 무서웠어요. 하지만 위세척은 받고 싶지 않아서 부모님께 말하기 전에 조금 기다려보려고 했어요."
그러나 상태가 너무 악화돼 결국 부모에게 사실을 털어놓아야 했다.
부모는 이를 딸이 보내는 구조 신호로 받아들이고 샤오메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
"부모님은 주로 제가 이런 모습이 된 것을 보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했어요. 저를 혼내거나 비난하지 않았고 다정하게 대해줬어요."
샤오메이에게 부모의 이런 반응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샹 소장은 "많은 아이가 큰 관심을 받지만, 정작 이들이 원하는 관심은 자신의 기분이 어떤지 물어봐주는 것"이라며 "외로운지, 스트레스를 받는지 물어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부모들이 이런 감정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그저 더 강해져야 한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는 이어 "중국 사회 전체에 매우 큰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어른들은 청소년에게 책임을 진다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봐야 합니다. 가족이 서로 솔직하게 대화하는 것, 그것이 아마 삶에서 가장 큰 보람을 주는 일일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바로 여기에 진짜 해결 과제가 있다고 말한다. 정부가 처방약의 온라인 판매를 하나씩 막는 '두더지 잡기식' 대응을 이어가기보다, 정신건강 위기일 가능성이 큰 문제의 근본 원인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3년 중국 '정신건강 청서'를 위해 실시된 연구에 따르면 중국에서 우울증을 겪는 사람은 약 9500만 명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30% 이상이 18세 미만이었다.
중국 정부도 청소년 정신건강 지원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정부 계획에는 모든 학교에 상담실을 설치하고, 각 현의 병원 가운데 최소 한 곳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제공하며, 관련 전문 인력을 늘리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목표는 2030년까지 전국적인 심리 지원 및 위기 개입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중국 국무원에 따르면 현재 초등학교의 92%와 중학교의 95%에 상담교사가 배치돼 있다. 베이징을 비롯한 여러 대도시는 정신건강 교육을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소아·청소년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여전히 크게 부족하다.
영국 의학학술지 '랜싯'에 실린 2020년 연구에 따르면 당시 중국 전역에서 자격을 갖춘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500명에 불과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베이징과 상하이 같은 대도시에 집중돼 있었다.
지난 30년간 전례 없는 사회·경제적 변화를 겪은 중국에는 매우 큰 과제다.
샤오메이의 부모가 성장했던 중국과 샤오메이가 마주한 미래는 크게 다르다. 부모 세대는 '열심히 일하면 보상받는다'는 중국 공산당이 제시한 공식을 따랐다. 그러나 이제는 젊은이들이 좋은 성적으로 시험에 합격해 대학 학위를 따더라도 밝은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고강도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끝난 뒤에도 중국 경제는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청년 5명 중 1명은 일자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추정되며, 가계 소비도 줄고 있다.
샹 소장은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더 비관적으로 변했다"고 인정했다. 이러한 불안은 성인들에게도 퍼져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부모들은 자녀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알지만 다른 선택지를 찾지 못해 혼란과 불안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세상이 끝난 것 같고, 아이가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면 세상이 끝난 것 같고, 아이가 나와 대화하지 않으면 세상이 끝난 것처럼 느끼는 겁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샤오메이와 부모는 이 고비를 함께 넘을 방법을 찾았다.
샤오메이는 "예전에는 부모님이 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상당히 모진 말도 하곤 했다"며 "아무런 도움도 받을 수 없고 정말 혼자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약을 과다 복용해 병원으로 긴급 이송된 뒤 상황이 달라졌다. 부모는 샤오메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샤오메이는 "누군가 내 편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부모의 지지는 오랫동안 두려워했던 입학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데도 도움이 됐다.
"부모님의 지지를 받을 수 있어 운이 좋았어요."
하지만 모두가 이런 도움을 받는 것은 아니다. 루징찬(가명)은 자신이 바로 그런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22살인 그는 수년간 우울증과 싸웠다. 처방약을 복용했을 때 느껴지는 도취감에서 벗어나기 어려웠고, 4년 동안 네 차례 넘게 약을 과다 복용했다.
"약 때문에 미치기 직전까지 갔어요. 중독의 나락에 빠져 건강을 망칠 위험이 있습니다."
루징찬은 이제 처방약 복용을 완전히 끊었다. 대신 소셜미디어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처방약 오남용을 시작하지 말라고 당부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자신이 과거에 겪었던 것과 같은 압박감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에게는 이렇게 조언했다.
"약으로 자신을 무디게 만들지 않고 삶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 약을 과다 복용하고 있다면 멈출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싶어요. 여러분의 삶은 나아질 겁니다. 모두가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믿어요."